아시시의 길 위에서
저는 최근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화려한 르네상스 예술의 도시 피렌체를 지나 이탈리아 중부의 작은 도시 아시시(Assisi)를 방문했던 시간이 특히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성 프란치스코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유명 관광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습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분주함보다는 고요함이 먼저 다가옵니다. 돌길을 따라 걷다 보면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느려지고, 바쁘게 움직이던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아시시의 길을 걸으며 한 가지 질문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움켜쥔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사회는 끊임없이 더 많이 가지라고 이야기합니다. 더 높은 자리, 더 큰 성취, 더 나은 조건을 향해 쉼 없이 달려가도록 우리를 재촉합니다. 물론 노력과 성취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러나 때로는 무엇을 더 얻을 것인가보다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순간도 있습니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삶을 나누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그의 삶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종교적 신념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인간다운 삶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을 ‘작은 형제’라고 불렀습니다. 그 이름에는 남보다 앞서기보다 함께 걷고, 지배하기보다 섬기며, 경쟁하기보다 공감하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가장 쉽게 놓치고 있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아시시의 언덕길을 걸으며 문득 우리 사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더욱 바빠졌고, 사람들은 더 많이 연결되어 있지만 외로움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성공했지만 행복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빠른 속도가 아니라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내가 놓치고 있는 소중한 사람은 없는지, 지나치게 붙들고 있는 욕심은 없는지, 누군가의 아픔에 무관심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보는 시간 말입니다.
아시시는 거창한 해답을 내놓지 않습니다. 다만 조용히 질문을 건넵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까?”
그 질문 앞에 서면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왔는가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삶의 가치는 소유의 크기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사랑하고, 나누고, 함께 걸어온 시간 속에서 비로소 그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아시시의 고요한 길 위에서 얻은 가장 큰 깨달음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초여름의 문턱에 선 지금, 잠시 걸음을 늦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요. 더 많이 얻기 위해 애쓰기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삶의 소중함을 다시 발견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